[김수미 기동취재부 기자] BTS(방탄소년단)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받으며 수상 소감으로 한 한국전쟁 관련 발언에 대해 지난 12일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비난성 게시물과 댓글을 올렸다.

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BTS는 지난 7일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국가 존엄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며 “BTS는 이전에도 인터뷰에서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식했다”고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오늘부로 ‘아미’(army BTS팬클럽)에서 탈퇴할 것”이라며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중국군이 수천 명인데 중국 사람으로서 (BTS의 발언은) 화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두고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했다는 뜻인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하는데, 중국 누리꾼들은 BTS가 항미원조의 역사를 모른 채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수상 소감 중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에 중국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고 보도했다.

이같은 비난 여론은 BTS의 팬클럽인 ‘아미’ 탈퇴와 관련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의 움직임에 대해 외신들은 중국 시장의 편협성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도했다.

영국 BBC는 ‘RM의 발언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임에도 BTS가 편향적인 태도로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악의가 없는 BTS의 발언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광고 스폰서들의 대중국 마케팅에 변화를 가한 점에 대해 과거부터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겪었던 황당한 사례들의 반복 패턴’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정치적 지뢰가 시장 곳곳에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라고 평가했으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BTS가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BTS가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이야기”라며 “이걸 중국 네티즌이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거북스러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모 청장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BTS 멤버들은 조국의 오랜 적국의 동맹국이 입은 손실마저도 인지했어야 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100% 틀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BTS의 한국전쟁 발언이 웨이보 핫이슈에 오르며 큰 논란이 일자 중국 외교부가 수습에 나서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BTS를 둘러싼 자국 내 여론 움직임에 대해 이례적으로 지난 12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BTS 문제에 관한 보도와 네티즌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의 비난 메인 기사가 사라졌으며 다른 매체와 SNS에서도 이번 논란과 관련된 비난 여론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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