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춘 희 기동취재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의 최대 정적으로 독극물 테러에서 살아남은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는 동영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에 모나코 39배 크기의 1조4000억원 대 호화 저택을 갖고 있다고 폭로하며 “부패한 자금으로 만든 성(城)”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나발니는 동영상을 통해 흑해 연안의 휴양지인 겔렌지크 소재 저택을 거론하며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나라가 파산할 때까지 계속 훔치고 또 훔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장소는 7800만㎡에 달하는 부지로 거대한 저택과 응접실 및 회의장, 원형 극장과 수영장 등 호화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크렘린궁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상당히 오래된 의혹’이라며 “수년 전 이미 푸틴 대통령이 저택을 소유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25일 러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학생들과의 온라인 대화에서 ‘나발니 팀’이 ‘푸틴을 위한 궁전, 거대한 뇌물의 이야기’라는 동영상을 통해 주장한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 호화 저택 소유 의혹에 대해 “나 또는 내 측근들의 소유이거나 그랬었던 적이 없다”고 단언하며 “내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푸틴은 “나는 나발니 측이 공개한 영상을 볼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며 “보좌진이 편집해 온 짧은 버전을 봤는데도 너무 지루하더라”라고 말했다.
푸틴은 1999년 집권 후 대통령 3연임 불가 조항을 피해 실세 총리와 대통령을 번갈아 가며 일인자로 집권해 왔다. 2018년엔 대통령 임기를 아예 6년으로 늘렸고, 지난해엔 4연임까지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그는 2036년까지 권좌를 독차지하게 된다. 2036년이면 그는 84세다.
한편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전날 수도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전역의 100여 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 측은 모스크바에서만 4만 명이 모였다고 전했지만, 경찰 측은 4000명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3500명이 넘는 시위대를 체포했다.
러시아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유는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입국하자마자 체포된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호화스러운 저택을 폭로하는 영상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금 중인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일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17일 귀국한 그는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감옥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