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기동취재부 기자] 드라마의 주인공이 연거푸 폭탄주를 들이켰다. 얼마 전 직장에서 은퇴한 L씨(60세)는 한창때 자신의 회식 자리를 떠올렸다. 두툼한 삼겹살을 안주삼아 테이블 위의 술을 해가 뜰 때까지 종류별로 섞어 마시곤 했다. ‘다 한때지’하고 생각하며 화장실에 들어갔던 L씨가 깜짝 놀라 변기 속을 쳐다봤다. 출혈이 있었다. 걱정이 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를 전하는 의사의 첫 마디는 사과였다. “죄송합니다. 대장암 말기입니다.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노년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대장암’

대장은 맹장, 충수, 결장, 직장, 항문관으로 구성된다. 대장에서는 수분을 흡수하고, 이전 단계에서 소화 흡수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를 체외로 내보낸다. 대장을 이루는 장기 중 맹장, 결장, 직장에 생기는 악성종양이 ‘대장암’이다. 대장암 발병 요인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환경적 요인으로는 고열량 음식과 동물성 지방 섭취, 섬유소 섭취 부족, 비만 등이 있다.

 
□ 산출조건(대장암)
상병코드 : C18~C20, D010~D012/심사년도 : 2015~2017년/지급구분 : 지급(심사결정분)/산출일 : 2018년 11월 13일
□ 제공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 상병은 요양기관에서 청구명세서상 기재해 온 진단명을 토대로 산출
※ 더 자세한 통계 자료는 심평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장암 환자는 매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대장암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5만 3694명이었다. 3년(2015~2017년) 사이 약 9000명가량 증가했다. 연령별 진료 인원을 살펴보면 60대(31.7%)가 가장 높았으며, 70대(28%)와 50대(23%)가 그 뒤를 이었다. 50~70대가 전체 진료 인원의 82.7%를 차지해 노년층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임을 알 수 있다. 성별로는 남성(60.2%)이 여성(39.7%)보다 약 1.5배 높았다.

대장암의 원인과 증상

‘섭유질 섭취 부족’과 ‘운동 부족’은 대장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또한 ‘과도한 동물성 지방 섭취’는 현재까지 진행된 대장암 발병 요인 연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붉은색 육류는 대장암 발생률을 높인다. 붉은색 육류가 생산하는 담즙산, 콜레스테롤 대사산물, 독성 대사산물 등이 대장세포를 손상시켜 발암물질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 대장암은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서구 국가들에서 발병률이 높았다. 1975년 당시 미국의 1인당 하루 육류 소비량은 280g, 일본은 40g 미만이었다. 미국은 대장암 발생률이 10만 명당 40명 정도였고, 일본은 인구 10만 명당 8명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40여 년간 아시아 국가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됨에 따라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졌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이 올해 발표한 국가별 대장암 순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은 중앙아메리카의 바베이도스와 함께 대장암 발생률 8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위 헝가리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원인과 관계없이 선종성 용종(대장 용종)이라는 단계를 거쳐 암으로 발전한다. 증상이 없는 50세 이상의 성인이 대장 내시경을 할 경우 약 30% 정도에서 선종성 용종이 발견된다. 용종의 크기에 따라 암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달라지는데, 크기가 2cm보다 크면 암 세포가 들어 있을 확률이 35~50%나 된다.

초기 대장암은 아무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눈에 띄지 않는 장출혈로 빈혈이 생기거나 간혹 식욕부진, 체중감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증상은 배변 습관 변화, 혈변, 통증 등이다. 암이 진행되면 항문에서 피가 나오는 직장 출혈 증세가 나타나고 배에서 평소 없던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대장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확률이 높다.

조기 발견이 대장암 치료의 관건

초기 대장암은 치료 성적이 매우 좋다. 검진으로 양성종양 단계에서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된 대장암 선별검사는 ‘분변잠혈반응검사’다. 흔히 ‘대변검사’로 불리는 것으로 대변의 혈액 성분을 확인하는 검진 방법이다.

분별잠혈반응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대장암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5.4%씩 늘다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오히려 해마다 6.9%씩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늘어나던 대장암이 줄어든 가장 결정적 이유는 대장 내시경의 보급으로 풀이된다.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은 45세 이후부터 5~10년마다,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전문의 상담 후 검사 방법과 간격을 정해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암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종양을 중심으로 넓은 범위의 대장과 림프절을 절제해야 한다. 4기 대장암까지도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생명 연장을 위한 상태 완화에 목적을 둔다. 수술과 함께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도 적절히 병행한다.

 
대장암 예방에는 식단 관리가 필수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꾸준한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커질수록 대장암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는 비만이 대장암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와도 맥을 같이 한다. 트랜스 지방산 함유량이 높은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트랜스 지방산은 대개 고온의 기름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팝콘, 감자튀김, 라면, 도넛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방 함유량이 높은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고 어두운색의 고기 섭취도 지양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섬유소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은 대장암 발병률을 낮춘다.


 
식습관과 더불어 생활습관도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 특히 과도한 음주와 흡연이 대장암의 위험도를 높인다. 또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업일수록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의식적으로라도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자료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나래 웹진">

 

저작권자 © IPN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